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탈 때 가장 짜릿한 순간은 (기왕이면 맨 뒤에 앉아서) 정점에서 두 손 두 발을 다 놓았을 때입니다. 자이로드롭의 경우에도 낙하가 시작되는 순간이죠. 사실 그 순간은 속도는 0이지만, 순간적인 무중력 상태 - 아주 잠깐이나마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 를 경험할 수 있는 상태여서 계속 찾게 하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무대의 조명이 가장 환하게 밝혀진 순간. 인사 후 객석의 박수 소리가 잦아들고 난 뒤의 정적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내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것 자체마저 잊어버리게 되는 아주 짧지만 영원같은 순간.
사실 모든 유희나 오락이라는 것이 어느 면에서는 현실의 굴레와 어려움을 망각하는 도구이기는 하지만, 잛은 순간에 긴장감이 집중되거나 공포감을 유발하는 일일수록 순간적으로 모든 근심걱정을 망각하고 일종의 무의식 상태를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어쩌면 인간의 성본능도 일종의 (무해하고 가역적인) 죽음의 경험에 대한 욕구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지요. 순간적인 무중력 상태. 소위 무아지경에 대한 욕구는 어쩌면 안전과 생존에 대한 욕구와 동전의 앞뒷면을 이루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일지 모릅니다.
장생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겁없이 왕을 희롱하고, 목에 칼을 쓰고서도 당당한, "잃어버릴 것이 없소"라고 자유롭게 외칠 수 있는 진정 자유로운 영혼.이미 반 허공인 외줄 위. 두 눈을 빼앗기고 도리어 자유 - 진정한 허공 - 를 얻은 그에게서 서편제의 송화가 생각났습니다. 지붕 위에 널부러져 있던 그의 모습은 취화선에서의 장승업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후회 한 점 없을만한 거리낌 없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던 그의 삶. 반면 만인지상의 국왕임에도 불구하고 "선왕의 법도에 매여"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연산의 처지가 가장 동정이 갔습니다. 모든 것을 가졌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처지. 하고싶은 말 제때 편하게 할 수 없고 하고싶은 일 하나하나 눈치를 봐야 하는 어린시절부터 자라온 유리감옥 속에서의 갑갑함.
마지막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모든 지상의 굴레를 털어버린 푸른 창공속의 자유로운 공중제비; 갑자기 훌쩍 털고 여행이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